사랑이 치명적인 것은 바로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이상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충분하다. - 배수아 <이바나> 중 비는 그쳤지만 그날 밤 숙소에는 폭풍우가 쏟아졌다. 매니저 형이 지금껏 본 적 없는 모습으로 무섭게 혼을 냈다. 제정신이냐. 그러다 큰일 난다. 대체 어딜 갔었냐. 타박과 질문이 섞인 공세 앞에서 나는 ...
시간의 저 끝에 있는 당신과 이 끝에 있는 나 사이는 어떻게 이름 부를 것인가 - 위선환 "아침에" 중 눈, 코, 입. 길쭉한 손가락이 하나씩을 짚었다. 눈두덩과 코끝, 입술에 가볍게 닿아오는 관린의 손에서는 촉촉한 애정이 나무숲 냄새처럼 묻어났다. 둘이서 관린의 침대에 비좁게 누워있을 때였다. 타임 슬립 전의 첫 번째 밤이었을까, 아니면 그 기억이 없어진...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그 무수한 길도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 나희덕 "푸른 밤" 중 * 평행 시간들 속의 지훈 시점 1. 뽀뽀, 거절. 쪽지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대기실 의자에 앉는데 엉덩이 밑으로 종이가 눌렸다. 아무 생각 없이 펼쳐보았을 때 그 네 글자가 있었다. 장난 같았다. 하지만 밑에 남겨진 J를 보고 미래의 내가 들렀다 ...
시간은 미끄러운 것. 한번 놓친 시간의 끈은 우리 손아귀를 영원히 벗어나 흐를지도 모른다.- 앤서니 도어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중 비슷한 힘. 관린의 말이 캄캄한 먹구름처럼 나를 덮쳤다. 비슷한 힘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시간 여행일 거라 예상했다. 이상한 증세를 보이며 잠에만 빠져들던 모습도 생각났다. 역시 일반적인 질병이 아니었던 거...
비행기를 타는 건 처음이었다. 아니다. 제주도로는 가봤다. 하지만 여권 없이 타는 건 무효랬다. 비행기 하면 제주도 이야기부터 꺼내는 나에게 우진이가 꼬박꼬박 반박한 말이었다. ‘비행기는 다 똑같지 미친놈아.’ 왁왁 우기던 나도 어느새 우진이 논리에 감화된 게 분명했다. 제주의 삼십 분 비행하고는 다르게 느껴졌다. 비행기는 다 똑같은 게 맞지만, 비행기에서...
“사랑.”“그게 뭔데?”“예쁨의 발견.”- 손원평 <아몬드> 중 나흘 연속 쪽지를 받았다. 숙소 베개 밑, 차 시트 위, 대기실 소파, 욕실 찬장까지 장소를 불문했지만 전부 같은 내용이었다. 여러 번 보아도 충격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쪽지를 남긴 사람의 집요함에 공포심만 커졌다. 그는 포기할 줄을 몰랐다. 내가 실행할 때까지 같은 메시지를 ...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 * 근미래의 지훈 시점 나는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숙소에서의 마지막 밤, 관린과 나만 있어야 할 주차장에 그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소장본에 수록된 단편이므로 유료 컨텐츠로 공개합니다. (전체 분량: 공백 포함 11,804자 / 공백 제외 8,972자) 요 며칠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물론 다 큰 열한 명의 남자들끼리 24시간을 붙어있다 보면 크고 작은 싸움은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평상시 싸움의 주동자는 성격 뜨거운 니엘이나 성운이, 재환이가 주축이었다. 그런 아이들은 금방 불타오르는...
내 마음속에 생겨나버린 사랑은 사라지기 위해 생겨난 것인가. 그렇게 사라질 것이라면 왜 삶은 내게 하모니카와 염소의 실루엣을 간직하게 하였는가. - 은희경 <새의 선물> 중 나는 미래에 가본 적이 없었다. 간단한 일이었다면 이미 가봤을 것이다. 하지만 타임 슬립에 대한 비밀을 처음 알게 됐을 때부터 당부 받은 몇 가지 주의사항 중에 미래 여행이 ...
만일 내가 이 세상에서, 사랑을 가진 인간으로서 다시 살아나가야 한다면, 내 안의 죽은 부분을 되살려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부분은 영원히 죽었으므로. 그것을 송두리째 새로 태어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것이다. - 한강 <노랑무늬영원> 중 종종 관린의 꿈을 꿨다. 카운트다운을 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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