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종류가 많지 않았다. 셔츠를 사러 왔다는 구실이나 굳이 직원 하나를 옆에 대동한 상황도 민망해질 만큼. 정장 셔츠는 화이트 아니면 블랙. 소재만 다른 셔츠들이 십 몇 종류쯤. 그런데 멍하게 선 다니엘 앞에서 성우가 하나하나를 설명했다. 이거는 저것과 어떻게 다른지, 특별히 좋은 부분이 뭔지 조곤조곤 말한다. 다니엘은 셔츠는 거들떠도 안 보고 성우만...
코앞이었다. 입술이. 지훈의 눈이 관린 입술에 꽂혔다. 도톰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딱 한번이지만 정말 부드러웠던. 그 입술만 보였다. 관린은 지훈의 두 눈을 본다. 밑으로 향하지 않는다. 대신 눈가에서부터 달아오르는 붉은 색을 본다. 제 입술을 향한 두 눈이 차분히 내려앉아 있었다. 묘한 각도로 휘어진 속눈썹과 눈꼬리를 꼼꼼히 관찰하는 관린이었다. 예쁜 눈...
대한민국 보통 남자. 누적되는 피로를 사랑과 섹스와 여자 이야기로 달래고, 좋은 사람이란 평과 멋진 남자라는 말에 모두 기뻐하는, 보통 남자로 살아온 스물여섯. 성우의 보통이란 표지판을 따라가는 정직한 삶이었다. 탄탄대로만은 아니어도 크게 불만족스럽지 않았다. 원하는 만큼 노력하면 대체로 얻어졌다. 노력은 진짜였기에 특권이라 여긴 적이 없었다. 누구보단 부...
“뽀뽀했어.” “응?” “지훈형하고.” 관린은 거짓말이 싫다. 최대한 안하고 싶고, 되도록 안하면서 살았다. 그래서 다음날 릴리를 만나자마자 말했다. 뽀뽀했다고. 길을 걷던 릴리가 우뚝 멈춰 선다. ‘뭐라고?’ 되묻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그제야 관린이 생각한다. 말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까. 하지만 관린에게 침묵은 거짓말과 같은 단어였다. “그냥 쪽. 한...
다니엘이 이해 못하는 두 가지. 하나. 원나잇에 대한 거부감. 다니엘은 첫사랑과 긴 연애를 했다. 십대가 그로 가득 채워졌었다. 울고 웃고 온갖 드라마를 다 찍었던 연애가 끝나니 스물 하나. 더 이상 다니엘에겐 연애감정에 쏟을 에너지가 없었다. 연애가 없으면 싸움도 오해도 집착도 없다. 처음 만난 남자와 긴장어린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서로의 좋은 부분을 탐...
순댓국은 예상 못했다. 그렇잖아. 고급진 얼굴의 하얀 티셔츠 입은 남자랑 미니스커트에 하이힐 신은 여자의 점심 데이트 코스가 순댓국? 그런데 한두 번 와본 게 아닌 듯, 여자는 문이 열리자마자 이모 순댓국 세 개요 외쳤다. ‘괜찮죠?’ 지훈에겐 선주문 후컨펌이다. 기막혀하던 지훈이 둘의 맞은편에 앉았을 때 앞치마가 건네졌다. 역시 많이 와본 게 맞다. 고급...
남자는 술에 강했다. 마티니를 연달아 세 잔. 첫 모금마다 ‘좋네요’ 말하는 것도 잊지 않고. 가끔 휴대폰을 쳐다보면서 꾸준히 마신다. 다니엘은 그의 앞자리를 지켰다. 남자의 입술은 얇았다. 자기 손으로 만든 술이 그 입술로 넘어갈 때마다 근질근질했다. 그러다 술에 담가진 올리브를 한 입 깨물면 다니엘까지 취한 기분이 돼버렸다. 세 잔을 다 마실 때까지 한...
겨울이 끝나갈 무렵 한남동에 바 하나가 생겼다. 늦은 8시부터 새벽 4시 반까지 문을 연다. 몇 달 만에 손님들로 북적였다. 주 고객층은 취향이 까다로운 남자들. 그들의 바/레스토랑 선호도는 이런 기준을 따랐다. 맛있다 < 분위기가 좋다 < 직원이 잘생겼다 < 직원들이 잘생겼다. 와인과 칵테일에 곁들일 만한 플레이트 치즈나 카나페 종류를 빼...
1. 봄 / tiam : 처음 만난순간 반짝이는 눈빛 봄에 받은 네 가지 질문. 이름이 뭐예요. 어떻게 글케 생겼어요. 짐 연애해요? 세 번까지는 견딜 만 했는데 마지막은 아무래도. 내는 어때요. 체대생이 인문대 연구실에 매일 올 때부터 알아야 했다. 밥 먹었어요? 인사말에 걸맞게 매번 먹을 것을 들고 있으니까 의심하지 못했어. 이거 좋아해요? 내는 여가 ...
● 1/2 추가공지 재고판매까지 모두 마감되었습니다. 추가 제작 계획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 12/14 추가공지 정해진 일정이 있기 때문에, 입금기간 후에는 추가신청을 받지 않습니다. 재고판매 공지를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팰릭입니다.<꿈속으로 카운트다운> 소장본 안내문입니다. 따로 수량조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원하시는 분...
운명은 많은 우회로를 거치고 나서야 목적지에 도달한다 -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중 어떤 어른으로 크고 싶으냐는 질문은 어렸을 때보다 오히려 스무 살이 넘어갈 때 많이 들었다. 직업이 아닌 가치관에 대한 답을 원하는 것 같았다. 꼰대는 되기 싫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책임감, 인내, 성실 따위의 단어가 덧붙었다. 어른이 아닌 사람이 어...
ㄴ chun님의 아름다운 영상! 정말 감사드려요. 나는 너와 오래오래 만나고 있고 싶어.십오 분. 이십 분.한 시간이 아닌죽음과도 같이 긴 시간을, 꿈의 시간을 - 김승희 "흰 나무 아래의 즉흥" 중 *관린 시점 좋은 것은 마냥 좋다. 싫은 것은 끝까지 싫다. 호불호가 그렇게 강하면 살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고쳐지지 않았다. 버릇이라기보다 습성 ...
다정한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